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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조각들!

트럼프의 어프렌티스, 왕년의 팬으로서...

세상에 어프렌티스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다니... 왕년에 어프렌티스의 팬으로서 기분이 묘하네요.

어프렌티스는 2004년, 트럼프가 제작하고 진행을 맡은 리얼리티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5년쯤 케이블 채널인 온스타일에서 판권을 구매해 방영했었죠.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위주로 이 프로그램의 팬이 꽤 많았습니다. 그 덕에 중국에서도 어프렌티스의 열풍이 불기도 했었습니다.

어프렌티스 트럼프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미국에서 잘 나가는 고학력, 고스펙 젊은이들이 두 팀으로 나눠 매주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경쟁하는 것이었죠. 진 팀에서 매주 한 명씩 탈락자가 나옵니다. 이렇게해서 가장 유능한 사람 두 명이 최종적으로 남아 결승전에 오르게 되며, 실제 트럼프 기업의 프로젝트를 각각 맡아 우승자를 가립니다. 그 결과 트럼프가 최종 한 명을 밭탁해 자신의 자회사에 부사장으로 고용합니다.


어프렌티스는 미국에서도 뱡영초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어 매회 약 30명 가량의 출연진을 뽑을 때마다 거의 80만~100만명의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그 지원자들의 스펙도 정말 화려했습니다. 성공한 CEO, 변호사, 검사, 아이비리그 석사, 박사, 교수, 장교 등 유능한 미국 젊은이들이 매 시즌 몰려들었습니다.    

트럼프 어프렌티스

트럼프는 직접 출연자들을 뽑고 그들을 두 편으로 나눠 프로젝트 과제를 냅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평가하며 매주 한 명을 해고시킵니다. 이 부분이 바로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이며 선풍적 인기를 끈 요인이기도 했습니다. 결과를 놓고 출연자들과 트럼프의 토론은 굉장히 치열했고 매우 흥미로웠죠! 여기서 트럼프의 세계관, 인생관, 사람을 보는 눈, 통찰력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물론 상업 방송이므로 트러블메이커나 특이한 개성을 지닌 출연자를 해고시키지 않고 일부러 살려두기도 했지만, 트럼프는 멍청한 사람이나 비굴하고 자존심 낮은 사람은 룰을 어기면서도 그 자리에서 가차없이 쫒아내버리는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해고할때마다 프로그램 말미에 트럼프가 했던 말, "You're fire"가 당시 유행어가 되기도 했었죠.

트럼프가 미쳤다거나 아웃사이더라고 하지만 제가 본 트럼프는 타고난 승부사입니다. 무엇보다 이기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하는 사람.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억지부리는데는 뻔뻔하기 그지없을 정도. 한마디로 얼굴에 철면피 깐, 뻔뻔한 투견입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그것을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림입니다. 그러면서도 심지가 곧고 강직한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대인적 풍모를 지니기도 했습니다. 

한편 대중들의 심리를 잘 읽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있는 편이죠. 그래서 쇼맨쉽에도 아주 강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프렌티스를 만든 이유가, 정계 진출을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트럼프와 어프렌티스

어프렌티스의 매 회, 트럼프가 등장할 때마다 레드카펫은 기본, 마치 로마황제가 등장할 것처럼 웅장한 배경 음악이 깔리고 양 옆에 아름답고 화려한 딸 이반카와 아들 도널드 트럼프 2세, 머리 히끗한 비서진들이 쫘~악 늘어섭니다. 그때부터 자신과 가족의 명성을 만들고 브랜드화하는 전략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 장면은 코미디프로에서 조롱거리가 될 정도였는데 어찌됐건 트럼프와 딸 이반카는 대중적 스타가 되는데 성공했습니다.


요상한 점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와 공동 저서를 펴 내기도 했는데 그의 말을 빌자면, 트럼프가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되면 사람들은 우경화되어 민주주의의 위기가 온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위기가 오기 전에 부의 불평등 심화를 해결해야 한다."라고 했답니다^^ 이게 트럼프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믿어집니까? 그간의 그의 언행과는 대비되는 신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쩌면 뻔뻔한 투견인척, 미친척 연극하는 민주주의 투사일지도~^^

제임스선 어프렌티스어프렌티스 시즌6의 출연자 제임스 선!

하지만 아무리 럭비공같은 트럼프일지라도 지향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인들이 경제적으로 부유해지는 것! (여기서 미국인이라함은 백인시민권자만일수도...) 그리고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지만 트럼프 자신의 성공과 승리!

참, 어프렌티스 시즌6에 재미교포 제임스선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결승까지 가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지만 트럼프는 결국 (제임스선의 능력에 비해 한참 부족했던) 백인 여성 변호사를 선택해 미국 시청자들조차 의아해했습니다. 제임스선이 승리했다면 어프렌티스 유일의 유색인종 승리자였을 텐데요. (이 부분에서 그의 인종적 편견이 의심이 됩니다.) 얼마전 제임스선은 어프렌티스 출연자들과 함께 cnn에 출연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로 대담을 하더군요. 그들의 말을 빌자면, 결승전에 오르면 3개월간 하루 5시간 동안 트럼프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이때 그의 여성관, 인종관이 심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였습니다. 내막은 잘 모르겠지만, 왜 트럼프가 제임스선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진짜 궁금합니다.